개미굴 연대기 11화 — 칼날의 과거
작성자 buildcraftlab77 · 인디 게임 개발자
본 글은 게임 제작자 본인이 초안을 작성한 뒤 AI 도구의 보조를 받아 구조와 맞춤법을 정리하고, 수치·사례·결론을 직접 검토하여 발행합니다.
요약
수로 공사가 여드레째에 접어들면서, 낙엽둥지 안에 미묘한 시선이 감돌기 시작한다. 불개미 대장이 페르의 형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꾼들은 페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 걱정한다. “같은 피가 흐르는 자를 어떻게 벨 수 있는가.” 수로가 완공되기 이틀 전 밤, 페르가 하루를 입구 옆으로 부른다. 그리고 처음으로 더 깊은 과거를 꺼낸다. 페르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왼쪽 더듬이의 흉터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그리고 — 타오르는 골짜기를 떠나던 마지막 밤에 이그니스가 자신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 무엇이었는지.
11화. 칼날의 과거
이전 줄거리
진딧물 상인 롤리가 다녀가면서 낙엽둥지는 첫 시즌 카드 “벚꽃 꽃잎”을 얻었다. 동시에 북서쪽의 불개미 위협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페르는 하루에게 자신이 타오르는 골짜기 출신이며 불개미 대장 이그니스가 형제임을 고백했다. 낙엽둥지는 지하 호수의 물을 이용한 방어 수로를 여드레째 밤낮으로 파내려가고 있었다 — 본대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남짓이었다.
수로 공사 여드레째.
짓다가 설계한 방어 수로의 핵심 구조가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지하 호수에서 퍼 올린 물이 메인 입구 앞까지 닿았고, 비상 출구 쪽으로도 분기로가 뚫렸다. 남은 건 수문 설치와 — 수로 양쪽에 설치할 점토 관 보강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낙엽둥지 안의 공기는 묘해졌다.
모아가 저녁에 돌을 나르다가 파종에게 조용히 물었다.
“페르 씨, 괜찮을까?”
파종이 흙 묻은 앞다리를 멈추었다.
“뭐가?”
“형제잖아. 만약 이그니스가 정말 본대 끌고 오면 — 페르 씨가 정면에서 막아야 하잖아. 근데 그거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 해도 되냐의 문제 아닐까.” 파종이 흙을 다시 퍼올리며 말했다. “같은 피가 흐르는 자를 베는 일은, 할 수 있다고 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잖아.”
두 개미가 더 말하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 대화는 — 파종의 말이 정확하게 지적한 것은 — 낙엽둥지 전체가 속으로 품고 있는 질문이었다.
칼라도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다. 모아도. 나라도. 짓다조차.
그리고 — 하루도.
누구도 페르에게 직접 묻지는 않았다. 대신 모두가 페르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조용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심스러웠다. 페르는 그 조심스러움을 눈치챘을 것이다. 페르 같은 병정이 못 눈치챌 리가 없었다.
그날 밤.
수로 공사의 야간조가 새벽 경질로 교대하기 직전이었다. 하루가 공사 현장에서 메인 터널로 돌아가려는데, 페르가 입구 쪽에서 하루를 불렀다.
“관리자.”
“네.”
“잠깐 앉아라.”
하루는 페르 옆에 앉았다. 페르가 입구 밖의 어둠을 보고 있었다. 평소 경비 자세. 하지만 오늘은 — 경계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 어둠 속에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자의 자세였다.
페르가 한참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내가 왜 ‘페르’라고 불리는지 알고 있나.”
“이름이요? 글쎄요. 가족이 지어준 이름 아닌가요?”
“아니.” 페르가 고개를 저었다. “타오르는 골짜기의 병정에게는 출생명이 없다. 불개미 군단에는 ‘병정으로 자란 자’를 부르는 방식이 따로 있어. 등급과 부대 번호로 부르지. 삼급 이십사중대 병정, 이급 삼십중대 병정 — 이런 식으로.”
“그럼 페르는—”
“이름이 아니라 별명이었다. 나와 내 형제 사이에서만 쓰던.”
페르가 왼쪽 더듬이를 살짝 들었다. 흉터가 밤빛에 드러났다.
“‘페르’는 옛 말로 ‘찌르는 것’이다. 내가 훈련 중에 한 번도 방패를 쓰지 않았어. 공격만 했다. 방어는 이그니스가 했고, 나는 찔렀지. 형제는 나를 그렇게 불렀어. ‘찌르는 것’. 페르.”
하루가 페르의 옆얼굴을 보았다.
“이그니스는 — 그럼 원래 이름이 있었어요?”
“이그니스도 별명이었다. 불씨.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 이그니스와 페르. 불씨와 칼날. 군단에서 가장 잘 맞는 한 쌍이었다.”
“왼쪽 더듬이 흉터 말이야.”
페르가 말을 이었다. 하루가 페르의 이야기를 끊지 않았다. 오늘 밤은 페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야 하는 밤이라는 것을 알았다.
“떠날 때 받은 거라고 했지. 형제의 인사였다고.”
“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 정확하지는 않았다.”
페르가 더듬이를 만졌다.
“마지막 밤, 나는 이그니스에게 떠나겠다고 말했어. 타오르는 골짜기를 버리겠다고. 우리 여왕을 배신하겠다고.”
“왜요?”
”…우리 여왕은 각성 2단계까지 가 있었어.”
하루의 등이 서늘해졌다. 각성. 양성소 교재에서 배웠다. 1단계는 불안, 2단계는 격앙, 3단계는 광란. 각성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생산은 폭발적으로 늘지만 — 대신 분노 이벤트가 늘어난다. 황금 이벤트가 분노로 바뀌고, 약탈이 일어나고, 군집이 자기 자신을 먹어치운다.
“각성 2단계면 — 분노가 반 이상 일어나요.”
“그래. 그리고 타오르는 골짜기에서는 그게 제어되지 않았어. 우리는 매일 밤 동료가 분노 발작에 먹이 창고를 털고, 병정들이 자기 중대를 공격하고, 여왕이 그걸 자연스러운 ‘제국의 진통’이라고 부르는 걸 봐야 했어. 나와 이그니스는 그 제국의 칼이었다. 발작이 일어나면 우리가 출동해서 — 같은 군단의 병정을 베어야 했어.”
페르가 잠시 말을 멈췄다. 하루는 기다렸다.
”…어느 날 이그니스가 말했어. ‘페르, 이건 제국이 아니야. 이건 광기다. 여왕 하나의 결정이 수만 마리를 광기로 몰아넣는 체제가 왜 있어야 하지.’”
”…그 질문이군요. 하루는 속으로 생각했다. 수만 개미의 삶이 여왕 하나의 결정에 좌우되어야 하는가.
“나는 그 질문에 동의했어. 하지만 이그니스의 답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이그니스는 여왕을 베고, 불개미 군단을 새로 세우고, 스스로 지배자가 되어서 ‘다른 방식의 굴’을 만들겠다고 했어.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 나는 알았다.”
“왜요?”
“여왕을 벤다고 체제가 바뀌지는 않거든. 같은 체제 위에 다른 얼굴이 앉을 뿐이야. 이그니스가 다음 여왕이 되면 — 결국 이그니스도 각성하게 될 거다. 나는 그 순환을 한 번 봐서 알았다.”
하루는 고개를 숙였다. 이그니스가 불개미 대장이 된 지금, 그 예언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마지막 밤의 일을 말해줄까.” 페르가 물었다.
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그니스에게 같이 떠나자고 했어. 질문을 품고 있는 자는 이 골짜기에서 미쳐 죽거나, 아니면 밖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이그니스는 웃었어. ‘페르, 너는 밖에서 답을 찾아라. 나는 안에서 찾을 거다. 언젠가 우리는 다른 답을 들고 다시 만나겠지.’”
“그때 다툼이 있었어요?”
“다툼은 아니었다. 작별이었어. 이그니스가 마지막으로 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 물었어.”
페르가 숨을 한 번 내쉬었다.
“‘페르, 나를 기억할 수 있게 하나 남겨줘. 나중에 네가 어디선가 나와 싸우게 될 때, 이 흉터를 보고 머뭇거리도록.’”
”…설마.”
“이그니스가 자기 앞다리에 달린 작은 불꽃으로 — 불개미는 체온이 높다 — 내 왼쪽 더듬이를 살짝 지졌어.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흉터가 남았다. 그것이 인사였다. 형제의 마지막 선물. 내가 이 흉터를 잊지 못하게 만든 거다. 언젠가 전장에서 마주쳤을 때, 내 칼날이 한순간이라도 멈추도록.”
하루는 오래 말하지 못했다. 밤바람이 짓다의 통풍구를 타고 들어왔다. 그 바람에 수로 공사의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건 저주 같은 거네요.”
“아니.” 페르가 말했다. “그건 사랑이었다.”
페르가 처음으로 하루 쪽을 보았다. 밤빛에 페르의 눈이 있었다 — 전투의 눈이 아니었다. 훨씬 더 오래된 눈. 지친 눈. 그리고 의외로 — 흔들리지 않는 눈.
“낙엽둥지의 다른 일꾼들이 걱정하는 거 안다. 내가 형제 앞에서 칼을 들 수 있을지. 같은 피를 벨 수 있을지.”
“페르—”
“대답해 줄게. 할 수 있다.”
단호했다. 하지만 그 단호함 속에 — 어떤 슬픔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그니스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흉터를 새긴 순간, 이그니스는 내게 말한 거다. ‘우리는 이제 다른 길을 간다. 네가 머뭇거리지 않기를.’”
“머뭇거리지 않기를?”
“이그니스는 내가 망설이지 않기를 바랐어. 자기를 벨 때가 오면 — 깨끗하게 베기를 바랐다. 그게 형제로서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한 거야. 이그니스는 이미 자기가 이 길의 끝에서 나와 만나게 될 걸 알고 있었어. 그때를 위해 나한테 — 망설이지 않을 이유를 미리 새겨준 거다.”
하루는 페르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이 세계는 하루가 양성소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형제가 형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자기를 벨 이유를 미리 새겨주는 것이라는 세계.
“그래서 — 수로 공사를 맡고 있는 거예요?”
“그래. 이 방어선은 내가 설계해야 한다. 내가 아는 불개미의 약점을 최대한 집어넣어야 한다. 이그니스가 오기 전에.”
페르가 다시 어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그니스가 오면 — 내가 맞이한다. 다른 누구도 아니야.”
하루는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페르.”
“말해.”
“저는 아직 세상을 잘 몰라요. 양성소에서 배운 것과, 실제가 너무 달라서 —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아요.”
“그럴 거다.”
“근데 한 가지는 알아요. 페르가 이그니스를 벨 때가 와도 — 페르 혼자 그 칼을 드는 건 아니에요. 낙엽둥지가 같이 드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페르가 하루를 다시 보았다. 이번에는 — 전투의 눈도, 지친 눈도 아니었다. 처음 만난 날에 “잘 자라, 관리자”라고 말했을 때의 눈과 비슷했다. 흉터가 살짝 움직였다. 웃음이었다. 입가가 아니라 흉터로 웃는.
”…관리자.”
“네.”
“너는 말이 느리지만, 무게가 실릴 때가 있어.”
“칭찬인가요?”
“판단해 봐.”
페르가 고개를 다시 돌렸다. 어둠 속을 보며 경비 자세로 돌아갔다. 대화는 끝났다. 하지만 방금 나눈 것은 — 어떤 보고서나 설계도에도 적히지 않는, 군집의 깊은 층에만 새겨지는 종류의 약속이었다.
하루는 여왕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로 공사 현장에 들렀다.
짓다가 야간조를 지휘하고 있었다. 점토 관을 마지막으로 맞추는 중. 하루를 본 짓다가 잠깐 손을 멈추었다.
“페르 얘기 들었어?”
“응. 들었어.”
”…우리가 같이 맞이하는 거 맞지?”
짓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벽의 각도를 재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개미 하나의 운명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였다.
“맞아. 같이.” 하루가 말했다.
짓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점토 관을 맞추었다. 0.1도의 오차도 없이. 그 정밀함 속에 이제는 — 분노도 조금 섞여 있었다. 짓다가 이그니스를 본 적은 없지만, 낙엽둥지의 병정 하나에게 그런 흉터를 남긴 자에 대해 — 건축개미는 자기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여왕의 방에 도착했을 때, 나라가 여왕의 알 곁에 앉아 있었다.
“관리자님, 알의 맥동이 — 오늘 밤 또 강해졌어요. 리듬이 생겼어요.”
하루가 알에 더듬이를 대보았다. 느껴졌다. 불규칙한 떨림이 아니라, 느리지만 일정한 박동. 생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소리.
“이 리듬 들어본 적 있어요?” 나라가 물었다.
“아뇨. 처음 들어요.”
“저는 — 있어요.” 나라가 조용히 말했다. “여왕님의 심장 박동과 같아요. 아주 느린 여왕의 박동.”
여왕의 박동. 알 속에 잠든 것은 용이라고 했다. 수호룡. 그런데 그 용의 심장 리듬이 — 여왕의 심장 리듬과 같다.
하루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새겨두었다. 카드 다섯 장. 예언 두 개. 여왕의 알. 불개미 척후. 페르의 흉터.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한 장의 그림으로 이어질 것이다.
여왕의 방 안쪽에서 레기나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 왼쪽 눈의 붉은 기가 오늘 밤은 — 가라앉아 있었다. 레기나도 페르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새벽. 낙엽둥지 전체가 잠시 고요해졌다.
수로 공사의 야간조가 교대로 들어가고, 새벽조가 마지막 점토 관을 맞추기 시작했다. 페르는 입구 경비 자세를 풀지 않았다. 칼라의 정찰 부대는 북서쪽에서 돌아와 보고했다 — 아직 본대의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척후 흔적이 하나 더 발견되었다. 어제 공터보다 더 가까웠다.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수로는 이틀 안에 완성되어야 했다. 페르의 설계, 짓다의 정밀함, 파종의 점토, 모아의 힘, 칼라의 눈, 나라의 치유 — 그리고 하루의 판단. 여섯 가지가 하나의 방어선 위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페르가 혼자 드는 칼이 아니었다. 하루가 한 말은 지켜져야 했다.
다음 화 예고: 숲의 남쪽 가장자리에서 굶주린 포식자가 방향을 튼다. 일반 보스가 아닌 — 정예 보스. 독거미 여왕. 일천 개의 거미줄과 마비 독을 가진 존재. 척후 회피를 위해 숲 외곽을 돌던 칼라가 거미줄에 걸리고, 낙엽둥지는 방어선 완성 전에 두 번째 전투를 맞이한다. 나라의 치유 페로몬이 처음으로 생명의 경계에서 시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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